붉은 달이 떠오르던 밤,서연의 집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종이를 넘기는 소리조차 멈춘 듯했고,등잔불만이 아주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그 정적과는 반대로,집 밖에서는 바람이 낮게 울고 있었다.서연은 그날, 집에 홀로 남아 있었다.드물게 찾아온 고요한 밤이었지만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했다.마치, 아직 닿지 않은 어떤 일이조용히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일정하게 흘러가던 시간과 달리,시장 안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여기 보시오! 갓 나온 떡이오!”“값은 이리하오 이리하오!”사람들의 목소리가 겹겹이 쌓였다.발걸음은 바쁘게 오갔고,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연달아 이어졌다.사각 스윽종이 대신, 삶이 서로를 스치고 있었다.서연은 그 한가운데에서잠시 숨을 고르듯 멈춰 섰다.이곳에는 기록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