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 아래에서

붉은 달 아래에서 | Beneath the Red Moon 7화|감춰진 이름의 무게

규장각 숨겨진 이야기 2026. 5. 2. 16:55

그날 이후,
그 사내의 시선은 더 이상 우연에 머물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은
이제 확인해야 할 ‘기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록은
곧, 감춰진 이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궁 안, 깊은 처소.

창호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바닥 위에 얇게 퍼져 있었다.

그 사내는 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움직임은 없었지만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툭툭툭…
손끝이 탁자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장면만이 반복되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마주쳤던 눈.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웃고 있던 모습.

그는 눈을 감았다.

쿵쿵쿵.

심장이 다시 반응했다.

그는 그 감각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현은 참을수 없었다.

"여봐라!"

“사람을 하나 찾고자 한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앞에 서 있던 내시가 고개를 숙였다.

내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그 사내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덧붙였다.

“시장에 있던 여인이다.”

짧은 설명.

하지만 그 의미는 분명했다.

“그 여인의 이름과,
그 여인이 속한 집안
모든 것을 알아오라.”

내시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예, 저하.”

그 한마디와 함께,
조용히 물러났다.

내시가 궁을 나서는 순간!

스윽~

옷자락이 바람을 가르며 흔들렸다.

내시는 곧장 호위무사를 불렀다.

“뒤를 캐라.”

짧고 단호한 명령.

그의 뒤에 서 있던 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툭~

발걸음이 움직였다.

이제,
그 여인의 ‘기록’이 추적되기 시작했다.

한편,
서연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당.

햇빛이 기와를 타고 내려오며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다.

슥~싹  슥~싹
빗자루가 흙바닥을 쓸었다.

그녀의 손은 익숙하게 움직였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 사내.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

그녀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상한 사람…”

중얼거렸지만

입가에는
아주 미세한 미소가 스쳤다.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 사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며칠 후.

궁 안.

조용했던 공간에
낯선 긴장이 스며들었다.

내시가 돌아왔다.

그의 걸음은 평소보다 느렸고,
표정은 어딘가 무거웠다.

스윽~

문이 열렸다.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지.”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평소보다 더 무거웠다.

내시는 한 번 숨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여인은…”

잠시 멈췄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정원덕 대감의 여식이옵니다.” "이름은 서연 이라 하옵니다."

그 순간

공기가 멈춘 듯 고요해졌다.

그 사내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쿵.

심장이,
이번에는 다르게 반응했다.

무겁게.

깊게.

정....정원덕.  대감!

그 이름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권력의 중심.

그리고

자신과 정면으로 맞서는 세력의 우두머리.

그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스윽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그의 머릿속에
두 장면이 겹쳐졌다.

아이들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던 서연.

그리고

정원덕이라는 이름.

그 둘이
하나로 이어졌다.

그는 처음으로
이 감정의 무게를 깨달았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이 향하는 곳은
결코 가벼운 곳이 아니었다.

그날 밤.

그는 다시 달을 바라보았다.

달빛은 변함없이 고요했지만

그의 마음은
더 이상 같지 않았다.

그녀를 향한 시선은
이제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넘어서는 안 될 경계 위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경계를
쉽게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붉은 달 아래에서 시작된 기록은
이제 더 깊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음 화-

English Summary

The man begins to investigate the identity of the mysterious woman he met.
Through his servants, he discovers that she is the daughter of a powerful political rival.
This revelation deepens his internal conflict and changes the meaning of their connection.
What once felt like a simple encounter now becomes a dangerous and hidden story.
An inspired tale unfolds as emotions and power begin to collide under the red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