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는 무겁게 내려앉고,
안개는 모든 일을 덮으려는 듯 빠르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 밤
땅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두두둥~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말이었다.
말이 미친 듯이 달렸다.
거칠게 들이쉬는 숨이 폐를 찢을 듯했고, 손에 쥔 고삐는 땀으로 미끄러졌다.
등 뒤에서는 밤공기를 찢는 소리가 끊임없이 따라붙고 있었다.

휙~
귀 옆을 스치는 날카로운 파열음.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면, 이미 목숨은 끝났을 것이다.
화살이었다.
나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돌아보는 순간, 속도가 늦어지고 그건 곧 죽음을 의미했다.
말의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거품이 입가에 맺히고, 발굽은 흙을 깊게 파헤치며 밤길을 갈랐다.
이 길은 원래 이렇게 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숲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길은 점점 좁아지며 나를 옥죄고 있었다.
마치 도망칠 수 없도록 만들어진 함정처럼.
뒤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
사각
사각
단순한 추격이 아니었다.
그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훈련된 움직임.
망설임 없는 공격.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나를 노리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금 멈추면
나는 물론, 내가 지켜야 할 모든 것이 끝난다.
숨을 고르려는 순간,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보였다.
이상할 정도로 붉었다.
핏빛처럼 짙게 물든 달빛이 숲을 덮고 있었다.
그 빛은 따뜻하지 않았다.
차갑고, 불길했다.
마치 이 밤에 벌어질 일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휙
또 하나의 화살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더 가까웠다.
말의 갈기를 스치며 지나간 화살이 나무에 꽂혔다.
둔탁한 소리가 밤을 갈랐다.
말이 크게 흔들렸다.
나는 거의 떨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몸을 붙잡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리고 그때
앞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길 한가운데,
도망칠 수 없는 위치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내가 이곳에 도착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그 순간, 숨이 멎었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왜…”
목소리가 떨렸다.
이 상황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날이 번뜩였다.
그리고 그 칼끝은
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뒤를 보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이 묶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
숨이 막혔다.
그 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남자의 손에 들린 칼이
아버지의 목에 닿아 있었다.
피부를 스칠 듯한 거리.
조금만 힘을 주면, 그대로 베어질 위치였다.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감정이 없었다.
분노도, 망설임도, 죄책감도.
그저 결정만이 있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여기서 멈추면,
이 사람은 살려주지.”
너무도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더 끔찍했다.
나는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멈춰야 한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멈추는 순간, 나는 죽는다.
그리고 달려도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이미 거리는 너무 벌어져 있었다.
이건 선택이 아니었다.
함정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밤은 단순한 추격이 아니다.
누군가가 치밀하게 준비한,
돌이킬 수 없는 시작이라는 것을.
그날 밤,
붉은 달 아래에서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다음 화-
※ 다음 기록에서는, 이 일이 시작되기 전—
아직 모든 것이 평온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English Summary]
Under a blood-red moon, a desperate escape turns into a deadly trap.
The protagonist is not merely being chased—she is being hunted with precision.
As arrows close in, a familiar figure blocks her path, holding her father hostage.
Faced with an impossible choice, she realizes this night was never an accident, but the beginning of something carefully orchestrated and irrever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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